🍲 술 마신 다음 날, 내가 꼭 가는 한 그릇 – 대구 녹수동태탕 알곤탕

전날 유독 과하게 마신 날엔
아무리 커피를 마셔도, 아무리 물을 들이부어도
속이 텁텁하고 붕 떠 있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.

그럴 땐 괜히 돌아가지 않고,
딱 한 군데로 간다.
바로 녹수동태탕.

🔎 대구 동구, 한적한 주택가 골목에 있는 뜨끈한 해장 공간

이 집은 화려하지 않다.
큰 간판도 없고, 번화가에 있는 것도 아니다.
조용한 주택가 골목,
네비 없이는 지나칠지도 모를 위치에 자리 잡고 있다.

하지만 아는 사람은 다 안다.
이 근방에서 술 좀 마셔본 사람이라면 말이다.

알곤탕을 시키면
뚝배기 안에서 토실토실한 알이 반기고,
부드러운 곤이가 뒤따른다.
그리고 묵직한 동태살이 중심을 잡아준다.

국물은 자극적이지 않고,
맑고 진한 느낌이라 처음 한 숟갈부터
몸이 차분해지는 게 느껴진다.

아, 그리고 이상하게도 맵진 않은데 땀이 난다.
땀이 나는 건 몸이 회복되고 있다는 증거 아닐까?

나처럼 이 집을 '해장 루틴'으로 삼은 사람들이 많다.
그래서 점심시간은 좀 복잡한 편이다.

특히 금요일, 토요일, 연말 연초엔 줄 서는 걸 감수해야 한다.
하지만 그 기다림이 아깝지 않은 곳.
내가 몇 번이고 돌아와서 확인했다.

꼭 전날 술을 마시지 않아도 좋다.
그냥 따뜻하고 든든한 한 끼가 필요할 때도
이 집은 제 역할을 해준다.

속을 달래고 싶은 날,
혹은 누군가에게 뜨끈한 위로 한 그릇 선물하고 싶은 날,
녹수동태탕은 좋은 선택이 될 거다.

가끔은 별거 아닌 한 그릇이
내 하루를 리셋시켜주곤 한다.
대구에서 그 한 그릇이 필요한 날,
녹수동태탕 알곤탕을 기억해보자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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